국내 전기 상용차 시장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오랫동안 소형 화물차 시장을 지켜온 현대자동차 포터와 기아 봉고의 전기차 모델이 판매 부진을 겪는 사이, 기아의 목적기반차량(PBV) PV5가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기아는 여기에 차체를 키운 대형 PBV ‘PV7’까지 선보이며 전기 상용차 시장의 판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19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신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기아 PV5 카고의 누적 등록 대수는 1만6484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현대차 포터2 일렉트릭은 6594대, 기아 봉고3 EV는 3054대가 등록됐다.
PV5 카고 한 차종의 등록 대수가 기존 두 전기트럭의 합계인 9648대보다 약 71% 많았다.
9월 한 달 동안에도 PV5 카고는 1211대가 등록되며 포터2 일렉트릭(525대)과 봉고3 EV(211대)를 합친 736대를 웃돌았다. 포터2 일렉트릭과 봉고3 EV의 등록 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46.6%, 60.9% 감소했다.
PV5도 전월보다는 등록 대수가 17.3% 줄었지만 기존 전기트럭과 비교하면 올해 누적 실적에서 뚜렷한 격차를 벌리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상용차를 바라보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있다. 포터와 봉고가 전통적인 소형 화물트럭에 전기 구동계를 적용한 모델이라면, PV5는 처음부터 다양한 사업 목적에 맞춰 개발된 전용 전기차다.
PV5는 물류와 배송에 특화된 카고 모델뿐 아니라 승객 운송을 위한 패신저, 특장차 제작을 위한 섀시캡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혔다. 택배와 소규모 물류부터 이동 서비스, 캠핑 등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아는 PV5의 시장 안착을 발판으로 PBV 라인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상용차 박람회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에서는 두 번째 전용 전동화 PBV인 ‘더 기아 PV7’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PV7은 대형 PBV다. 먼저 공개된 롱 모델의 전장은 5350㎜에 달하며, 카고와 패신저 등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제작할 수 있다. 특히 차체 주요 부위를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는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을 적용해 물류와 여객 운송 등 고객의 사업 환경에 맞춘 차량을 제공한다.
전동화 성능도 강화했다. PV7 카고 롱의 롱레인지 모델은 유럽 WLTP 기준 1회 충전으로 460㎞ 이상 주행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800V 초급속 충전 시스템을 적용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20분대 중반에 충전할 수 있다.
기아는 내년 하반기 국내와 유럽 시장에 PV7 카고 롱과 패신저 롱을 우선 출시하고, 이후 총 23종의 파생·컨버전 모델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