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연구소서 아이디어 페스티벌 개최…130건 중 6건 본선
트렁크 넓힌 접이식 보드 대상…보행 보조·멀미 완화 기술도
19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6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은 ‘M.S.V.2’ 팀이 수상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트렁크 바닥 보드를 3단으로 접어 숨은 공간까지 활용한다.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스마트 글라스와 탑승객의 멀미를 줄이는 조명도 연구원들의 손에서 실물로 만들어졌다.
19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6 아이디어 페스티벌’ 무대에는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편의를 더할 기술들이 올랐다. 연구원들은 속도와 출력 같은 주행 성능이 아닌 일상에서 마주하는 불편과 이동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현대차·기아 R&D 본부와 AVP 본부가 2010년부터 매년 열어온 사내 경연대회다. 임직원이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실물까지 만들어 발표한다. 올해로 17회를 맞은 이번 행사는 남양연구소 준공 30주년을 계기로 ‘혁신의 기원’을 주제로 열렸다.
올해 접수된 130건의 아이디어 가운데 본선에 오른 것은 단 6건이다. 선별된 팀들은 회사로부터 제작비와 제작공간을 지원받아 약 4개월동안 아이디어를 구현했다.
이날 심사에는 전문 심사위원과 임직원 심사위원단 100여명이 참여했다. 임원 심사 30%, 구성원 심사 70%를 반영해 독창성·기술 적합성·비전성·고객 지향성·제작 완성도를 평가했다.
대상은 ‘M.S.V.2’ 팀의 ‘트라이폴드 러기지 보드’가 차지했다. 보드를 앞으로 밀기만 하면 3단으로 접혀 트렁크 아래 공간까지 쓸 수 있게 한 아이디어다. 보드를 후방으로 확장할 경우 적재 보조 선반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트라이폴드 러기지 보드 소개를 맡은 연구원은 “고객들은 10%, 20% 불편하면 10%, 20% 덜 쓰는 게 아니라 (기능을) 완전히 안 쓰게 된다”며 “복잡하고 불필요한 것을 많이 넣어 고장률을 높이는 것보다 심플한 것이 베스트라고 생각했다”고 개발 이유를 말했다.
최우수상은 ‘아이-브릿지’와 ‘멀미 Zero’가 받았다. 아이-브릿지는 현대차 이동 로봇 모베드의 인지 기술을 사람의 보행에 적용한 스마트 글라스다. 안경에 달린 카메라가 장애물을 인식하면 골전도 이어폰으로 “왼쪽으로 돌아서세요” 같은 길 안내를 전한다.
‘컴포트 드라이브’ 팀의 멀미 Zero는 발상을 뒤집었다. 발표자는 “멀미의 원인은 눈이라고 하지만 저희는 눈에서 솔루션을 찾았다”고 말했다. 멀미 Zero는 엠비언트 라이트를 차의 가속·회전·제동에 맞춰 움직여 주변 시야에 움직임 정보를 준다. 이를 소프트웨어 제어만으로 구현했고, 승객 48명이 30분간 시험한 결과 40명이 멀미 완화를 경험했다.
이 밖에도 ▲상용차 운전자의 하루를 1분 영상으로 기록하는 ‘히어로 레코더’ ▲아이 체형에 맞춰 형태가 바뀌는 카시트 ‘핀 프린트 시트’ ▲AI 기반 영유아 상태 모니터링 ‘늘봄’이 경연에 올라 우수상을 받았다.
대상팀에는 상금 1000만원과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견학 기회가 주어진다. 최우수상팀에는 팀당 500만원과 아시아권 견학, 우수상팀에는 국내 견학 기회가 제공된다.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나온 기술들은 실제 판매 차량에 적용되고 있다. 2021년 최우수상 수상작인 ‘다기능 콘솔’은 싼타페의 ‘양방향 멀티 콘솔’로 양산됐다. 지난해 최우수상을 받은 ‘트레일러 견인 성능 향상 소프트웨어’도 북미와 유럽 등에서 판매되는 5세대 투싼에 적용됐다.
2023년 대상작인 ‘데이지’는 시각장애인의 버스 탑승을 돕는 기술이다. 현재 LG유플러스와 협업해 실증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출품된 아이-브릿지 역시 시각장애인의 이동을 돕는다는 점에서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이재규 현대차·기아 차량개발1담당 전무는 “16년을 이어온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현대차·기아가 모빌리티의 혁신을 거듭할 수 있었던 출발점이었다”며 “앞으로도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연구개발 문화에 혁신을 더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