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업 재편하는 글로벌 완성차업체…미국 시장 경쟁 심화에도 현대차·기아 입지 부각 하이브리드 수요 확대에 현지 판매 역대급…미국 생산 확대도 경쟁력 강화 요인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재편하면서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경쟁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제너럴모터스(GM) 등 일부 경쟁업체의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제한적인 상황이어서 현대차·기아의 판매 확대 기회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자동차 전문매체 저스트오토(Just Auto)는 최근 GM이 중국 시장에서 겪고 있는 경쟁 압박이 미국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경쟁력 강화로 중국에서 입지가 좁아진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시장인 미국에 판매와 사업 역량을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완성차업체 입장에서는 경쟁 심화 요인이다. 하지만 현대차·기아에는 반드시 부정적인 요인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국 시장에서 글로벌 업체들이 겪고 있는 구조적인 어려움과 GM의 제품 전략 공백이 현대차·기아의 경쟁력을 부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GM은 중국 시장에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중국 현지 업체들의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과거와 같은 글로벌 완성차업체 중심의 시장 구도가 유지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에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듐그룹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중국 사업이 과거의 수익원에서 부담 요인으로 바뀌고 있으며, 일부 업체들이 중국 사업을 축소하거나 생산시설을 수출 거점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는 이 같은 변화가 새로운 경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에서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글로벌 업체들이 미국을 비롯한 다른 시장에서 판매 확대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차·기아 입장에서는 미국 시장에서 이미 구축한 판매 기반이 방어력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미국 자동차 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하이브리드 수요에 현대차·기아가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올해 들어 하이브리드 수요가 크게 증가했으며, 2026년 8월 하이브리드는 미국 소매 자동차 판매의 19%를 차지했다. 반면 GM은 사실상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부족한 상태로, 일부 딜러들이 하이브리드 모델을 갖춘 경쟁사로 고객을 빼앗기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48만9656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고, 투싼을 비롯한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대가 판매 증가를 뒷받침했다. 현대차는 2026년 상반기 북미 지역에서 하이브리드 판매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기아 역시 미국에서 상반기 43만727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하며 역대 상반기 최대 판매를 기록했다. 특히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판매가 136% 급증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결국 미국 시장에서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사이의 중간지대인 하이브리드 수요가 확대될수록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갖춘 현대차·기아의 제품 전략이 경쟁력을 발휘할 여지가 커지는 셈이다.
중국 자동차업체의 글로벌 공세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현대차·기아에도 장기적인 위험 요인이다. 현대차 호세 무뇨스 CEO 역시 최근 중국 업체들이 유럽에서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며 미국 시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을 경고했다.
단, 현재 미국에서는 중국산 전기차에 높은 관세가 적용되고 있어 중국 업체의 직접적인 가격 공세가 유럽과 같은 형태로 전개되기는 쉽지 않다. 중국 업체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현지 생산 등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당장은 중국 업체 자체의 미국 진출보다는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미국에서 어떤 전략을 펼칠지가 현대차·기아에 더욱 직접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이 과정에서 이미 확보한 미국 판매 기반과 하이브리드 경쟁력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미국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공급망과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만큼 중국 시장에서 발생한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구조 변화가 곧바로 현대차·기아의 약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