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독일서 EV2 본격 출시…26600유로부터
현지 볼륨 확대 '승부수'…에어·어스 트림 먼저 투입
폭스바겐 'ID.크로스', 르노 '르노4', BYD '돌핀' 경쟁
'유럽판 IRA'로 中 꺾을 기회 잡아…"올해 10% 성장"
EV2 ⓒ기아[데일리안 = 편은지 기자] 기아가 내달부터 유럽 시장에 소형 전기 SUV ‘EV2’를 투입하며 판 흔들기에 나선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유럽에서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을 앞세워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빠르게 세를 불리고 있는 중국 브랜드 BYD를 정면으로 견제하겠다는 전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독일에서 EV2의 시작 가격을 2만6600유로로 책정했다. 항속거리를 늘린 롱레인지 모델은 3만3490유로다. 출시 일정은 4월 독일을 시작으로 유럽 주요국으로 확대되며, 초기에는 ‘에어’와 ‘어스’ 트림이 먼저 투입된다. 이후 연말까지 전 트림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EV2는 유럽 시장 소형차 선호도가 높은 현지 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전략형 모델'이다. B세그먼트와 C세그먼트 사이의 컴팩트 차종 시장은 유럽 내 판매량이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핵심 구간으로 꼽힌다. 이 시장을 잡아야만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만큼, 기아는 EV2로 볼륨을 확보하고, 브랜드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이미 해당 세그먼트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만큼, 경쟁은 치열할 전망이다. 경쟁 모델로는 르노의 ‘르노4’와 폭스바겐의 ‘ID. 크로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중국 BYD는 동급 시장에서 ‘돌핀’을 앞세워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BYD는 지난해 유럽 시장 점유율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으며, 올 1월만 하더라도 2만8300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무려 113% 증가했다. 점유율은 4위(8.6%)를 기록했다. BYD 돌핀의 현지 가격은 2만6990유로로, 여기에 4000유로 이상 할인 공세를 펴며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세를 불리고 있다.
BYD 돌핀 ⓒBYD코리아경쟁은 치열하지만, 시장 환경은 기아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분위기다. 한동안 성장세가 둔화됐던 유럽 전기차 시장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반등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작년 4분기에는 유럽 내 전기차 판매량이 가솔린차를 처음으로 앞지르며 상징적인 전환점을 맞기도 했다.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주요국들이 전기차 보조금을 재도입하거나 확대하는 움직임도 수요 회복을 뒷받침한다.
최근 유럽이 발표한 유럽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은 BYD의 성장세를 한풀 꺾을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원회가 전기차가 각국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 부품의 70% 이상을 EU 역내에서 생산·조달해야 한다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중국 업체들이 현지 생산 조건을 당장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BYD는 헝가리에 2027년 가동을 목표로 공장을 건설 중이며 현재는 전량수출 중이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체코와 슬로바키아 공장을 가동 중이다. 중국 업체들이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약 1년의 시간이 기아에게는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기아는 EV2로만 유럽에서 10만대 이상 판매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성장을 발판삼아 올해 유럽 내 성장도 10% 이상 가능할 것으로 봤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해 2월 스페인 타라고나에서 열린 EV데이에서 "유럽 EV 물량은 2900만대로 전체자동차에서 31%를 차지한다. 성장이 정체된 것은 맞지만, 향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EV 전략은 볼륨 확대가 중요하다. EV2의 경우 10만대 이상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또, 지난 1월 열린 컨퍼런스콜에서도 기아는 "유럽에서는 올해 EV 판매를 60% 이상으로 잡았다"며 "올해 유럽에서는 10% 이상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했다.